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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일상

036> 달밤의 경주 산책 / 동궁과 월지 야경,황남동 고분군, 황리단길

by 쑥잼 2020. 10. 27.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이후로 시외는 당연히 나가지 못했고, 시내도 잘 못 다녔다. 예전 같았으면 다음 주말에, 다음 달에 가면 되지라고 미뤘을 텐데 이제는 미루지 않는다. 내일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더욱 예측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요일에 경주에 오랜만에 들렀다. 통일전에 가서 잠깐 걷고 가을을 만끽했다. 동궁과 월지는 저녁에 가면 예쁜데 라는 얘기가 나왔고, 당장 화요일 저녁에 다시 경주에 가자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오늘, 화요일이다. 

 평일 저녁이라 사람들이 적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모 대학에서 단체로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오기도 했고, 연인, 가족 단위 시민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오늘도 역시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걸었다. 예전에는 '안압지'로 불렀는데 '동궁과 월지'라는 이름이 아직 어색하다.

 한 바퀴 걸으면서 달도 보고, 나무도 보고, 조명에 드리운 건물과 물에 비친 풍경도 보았다. 8년 전에 들렀을 때는 공간이 엄청 넓고 더 멋졌던 기억이 있는데 가장자리 쪽으로 공사중이어서 그런지 전보다 걷는 공간이 좁아졌고,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풍경도 그저 그랬다. 

 

 

 

 

 

 

 

아는 분이 추천해준 식당 '쑥부쟁이'에 가려고 전화를 했는데 8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여 가지 못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갈 만한 곳이 있으면 가보자고 하다가 황리단길이 근처임을 깨닫고 황리단길로 방향을 틀었다. 황리단길 내에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교동 쌈밥 건너에 차를 대고 내렸다. 

 

 

 

 

와...

비현실적인 비주얼!

저 나무 뭐야!!!

옆에 달은 떠 있고, 또 그 옆엔 커다란 고분이 있다.

시공간을 넘어선 느낌. 잠시 시간이 멈추었다. 

 

 

 저 수려한 풍경이 있는 곳이 도대체 어디인가 지도를 검색해봤더니 '황남동 고분군'이었다. 지도에 '나무'라고 표시한 부분인데 다음에 또 가보고 싶어서 기록해두었다. 

 

 

 

 

 

 

 

 

 

 

 

 

 황리단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가게에 재즈 음악이 정말 좋았다. 밥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오랜만에 밤에 나와 사람들 사이를 걷고, 구경하는 이 소소한 일상이 어찌나 색다르게 느껴지던지, 예전에는 자주 누렸던 일상인데 말이다. 길을 걷다가 어느 카페에서 만난 펭수도 괜히 반갑고, 많이 걸었는데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나오길 잘 했다.

통영에도 가고 싶어졌는데,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전에 무사히 다녀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