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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일상

026 ‘열다섯의 나’와 ‘예순의 나’는 같은 나인가?

by 쑥잼 2020. 10. 14.

과학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오늘은 상대성 이론과 시간, 뇌과학에 대한 수업이었다.

 

'절대적 동시성'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성 이론에 근거하여 인터스텔라, 혹성탈출 같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과학적으로 아직 불가능하지만,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다. 이 얘기부터 흥미롭기 시작했다. 

 그리고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다. 사람의 신체는 몇일에 한 번씩, 몇년에 한 번씩 새로 바뀐다. 가령 머리카락이 자라고, 빠지고 , 새로 나는 것처럼 피부세포들, 뼈, 각 장기의 세포들 또한 새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내가 '내가 태어났을 때'의 나와 같은 나인가? 듣고 보니 어라! 맞는 말이다 싶은데, 평소에는 자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그러고보니 지금의 나는 태어났을 때의 나와는 전혀 다른 내가 되어있구나. 

 태어나서부터 죽을때까지의 나는 '단 하나의 나'가 아닌 각 순간 순간의 수많은 '나'로 이루어졌는데, 일련의 연속성을 가지고, 그 연속성을 기억해서 하나의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는 이론도 설명해주셨다. 각각의 순간에 존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고. 

 그럼 나는 또 새롭게 변할 수 있는거네? 뭔가 희망적인 느낌이 든다. 내 몸뚱이는 이렇게 생겨먹었고, 이번 생은 글렀다고 말하기 일쑤였는데, 생각을 바꾸니 또 새로운 사람이 되어봐야지라는 생각을 해 본다.

 

 두 번째는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하나의 뇌가 몸에게 명령을 내려 움직인다고 단순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뇌 조직 전체에 분산된 신경망의 수백만개에 해당하는 국소처리장치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뇌를 지배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간질이 심한 경우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을 자르는 수술을 한다. 절반의 뇌를 자르기도 한다. 간질 발작이 심한 어린 소녀가 우뇌를 잘라 내는 수술을 받았는데 차차 왼다리, 왼손도 쓸 수 있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우뇌가 원래 담당하던 것들을 좌뇌가 맵핑하게 되어 좌뇌만으로도 온몸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오!! 문과 출신의 과학 문외한은 처음 듣는 얘기라 너무 신기했다. 뇌과학에 호기심이 생겼고,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미치광이 버섯'에 대해 말씀하신 것도 재밌었다. 그 버섯을 먹으면 '자아'개념을 잃고, '나'와 '나 아닌 것'의 구별이 모호해진다고 한다. 내가 우주의 하나라고 인식하고 환희를 느끼게 된단다. '나'라는 의식이 통제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화학적으로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자아라는 것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답은 명상이다. 명상을 많이 한 수행자들은 왼쪽 전전두엽이 일반인의 2배 두께라고 한다. 감정과 나를 별개로 보고 서로 결부시키지 않는다. 화를 '관찰'하고, 화가 나를 '통제'하지 못하게 한다. 명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올해가 가기 전에 짧은 명상이라도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새로운 내가 되길 두려워하지 않으며, 나의 감정을 관찰하는 여유를 가지기. 남은 2020년의 목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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