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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기록,필사

031 인터뷰집> 박완서의 말-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

by 쑥잼 2020. 10. 20.

 

 이 책에는 박완서 작가님을 인터뷰한 글이 7편 실려 있다. 그 중 고정희 시인의 인터뷰와, 피천득 작가님과의 대담이 가장 좋았다.

 박완서 작가님 하면 고등학교 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었던 기억이 나고, 그 후로는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아 더 읽은 작품이 없었다. 이슬아 작가가 이 인터뷰집을 추천해서 읽게 되었는데 70년대에 쓰신 소설에 이미 억압받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쓰셨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2010년도 후반에야 알게 되었는데, 50년 전에 이미 박완서 작가님은 시대를 앞서 나가셨다.

 대화가 통쾌했다. 통찰력 있고 따뜻한 어른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피천득 선생님과 대담을 읽으면 나까지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인터뷰집이라는 특징 답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따뜻한 시선으로 질문을 하면 그 글이 읽기가 편했다. 평론가 2명이 쏘는 느낌으로 질문한 인터뷰는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하고 재미도 없었다.

 박완서 작가님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이제야 발견했고, 작가님은 다작을 하셨으니 한 편씩 읽어가려 한다.

 

기억에 남는 말들을 적어보았는데 어째 다 여성 문제와 관련된 글귀들이다. 

 

"나는 후배들에게 최소한 조급한 작가가 되지 말자, 여성적인 약점에 안주해서는 안 되고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서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31쪽

 

"문학이란 게 본래 그런 것 아니겠어요. 본질적으로 억압받는다든가 서러운 계층, 그늘에 가려진 층에 대한 애정을 쏟게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여성은 체험만으로도 여성 문제를 잘 쓸 수 있다고 봐요.". -37쪽

 

"여자도 일을 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고는 남녀평등이란 한낱 구호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신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가정을 가진 여자가 일을 갖기 위해서는 딴 여자를 하나 희생시켜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느낌은 매우 낭패스러운 것이었어요." -43쪽

 

"어머니들은 그간 남자들에게서 받은 부당한 처사에 대해 깊이 각성하고 자기 아들이 또 다른 여성을 억압하고 학대하지 않도록 키워야만 해요. 그런데 무지한 어머니들은 이런 것을 자각하거나 실천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여성을 억압하는 데 일조하기도 하지요. 아들을 여성의 가해자로 키울 것이 아니라 그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지요.". -51쪽

 

"남자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환상적으로 처리된 것에서 벗어나 실제 여성의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 주체적인 소설이 바로 페미니즘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1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