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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038> 영화 동주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by 쑥잼 2020. 10. 30.

 

 오전에 우울하다 어쩌다를 적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숙연해진다. 나라의 주권이 없는 시대에 태어나 시를 쓰며 부끄러움을 적었던 윤동주와 그의 곁에서 동고동락을 함께한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일생을 담은 영화 <동주>를 보았다.

 사람은 우연히 어떤 시간과 공간에 태어나 살다가 죽는다. 윤동주가 청년이던 시절 일제는 우리 민족에게 창씨개명을 시키고, 조선어 교육을 하지 못하게 하고, 전쟁에 징집하기에 이른다. 나라는 정체를 빼앗겼고, 내 이름은 일본 이름으로 불리우고, 우리말이 버젓이 있는대도 쓰지 못한다면 그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태어난 시대 때문에 고생을 하다가 옥중에서 돌아가시다니 슬프고 안타깝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서 시를 쓰기를 바라고, 시인이 되기를 바랐던 게 너무 부끄럽다.

  앞장서지 못하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게 부끄럽다.".    -경찰과 심문 하는 장면에서 윤동주의 대사

 

 이렇듯 윤동주는 더 행동하지 못했다며 부끄러워했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 부끄럽지 않게 산다는 건 지금도 여전히 힘든 일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시를 쓴 덕분에 후대 사람들이 그의 시를 읽을 수 있게 되어 매우 감사하다. 

 

 그의 시집을 꺼내 읽어본다.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 읽기가 쉬우나 마음에 그림이 자꾸 그려지는 글귀들이다.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솔직한 언어로 적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 <동주>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시라는 문학을 읽고 마음을 새롭게 비워내 본다. 두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 아직 못 본 사람들이 다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