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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북토크

003 강연> 나는 작가가 될거야 vs 나는 글을 쓸 거야/ 타일러 세바시 강연

by 쑥잼 2020. 9. 16.

 

 

 

youtu.be/CYmyp77d1BU

세바시 타일러 편-출처: 유튜브 링크

 

타일러의 세바시 강연을 보았다.

제목을 보고 나도 생각해왔던 주제이기에 어떻게 얘기를 풀어가나 궁금했다.

강연자의 진심이 느껴졌고, 덕분에 내 생각을 한 번 더 견고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꿈'을 생각하면 보통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작가가 되고 싶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 사업가가 되고 싶다 등등.

사실 '된다'는 것은 어쩌면 허상이라는 것을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그저 '쓰면'되고, 요리사가 되고 싶으면 '요리하면'된다고.

타일러 또한 비슷한 맥락의 얘기를 해 주었다.

 

 

 

 

 

 

 

 

 

특유의 초롱초롱하고 단단한 눈으로 타일러는 말했다.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묻기 보다 "하고 싶은 건 뭐야?"라고 물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기성 세대가 만들어놓은 틀에서 빠져 나와서 작은 실험들을 해보라고 권한다.

 

 

 

 

 

 

 

 

 

 

 

 

 

작가가 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습작을 해야 하고,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또........그렇게 준비만 하다 보면 죽을 날이 가까워 질 때까지 내 글은 한 편도 못 쓰지 않을까?

"이 정도는 되어야지.", "이만큼 준비해야지."하는 마음은 어쩌면 집착일지도 모른다. 

완벽함이란 건 없다. 기성 작가들도 , 명작을 남긴 예술가들도 완벽을 향할 뿐 완벽에 도달해 있지는 않다. 남들이 보기에 완벽에 가까울지라도, 스스로가 정한 기준은 다를테니까.

 

보통 작가들은 어린 시절에 일기 쓰기를 좋아했거나, 엄청난 독서광이거나, 시도때도 없이 그림을 끄적였던 훈훈한 과거가 있던데, 난 그냥 평범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고, 친구들과 교환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던 평범한 아이였다. 서른이 훌쩍 넘어 숨을 고르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다 보니, 내가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힘들었던 순간마다 책에 의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도 내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어졌다. 그림을 잘 그려서 상을 받은 적 한 번 없는 어린이었지만, 어른이 된 나는 그림으로도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졌다. 

 

하기만 한다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쉬워진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나도 한다. 서투르다고 미룬다면 여든아홉까지도 미룰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가서 늦은 후회를 하겠지. "왜 2020년에라도 시작하지 않았던 거야?"

박스를 탈출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더는 미루지 않겠다. 서투른 글이 책이 되어 나오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며 얻은 교훈이 있다. 그 작가와 나의 가장 큰 차이는 하나다. 그는 썼고, 나는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써야 그 다음 차이들을 해결해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써야 한다. 물론 쓴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고, 성공하기 위해 쓰는 것도 아니다. 타일러의 말대로 그냥 작은 실험들을 해보는 것이 즐겁기에 해보는 것이다. 하다보면 또 다른 즐거운 것들도 자꾸 떠오르기에, 하고 싶은 것들이 추가되면서 삶이 좀 더 풍성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아직은 실력이 안 돼서."라는 겸손을 가장한 말은 집어치우자. 어디선가 본 글에서 김연아 급의 성공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겸손이랬다. 아직 겸손할 처지가 못 된다. 지금은 그냥 하자. 삽질처럼 보일지라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