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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북토크

013 작가 탐구> 조해진 소설가

by 쑥잼 2020. 9. 28.

 조해진 작가의 작품은 장편 소설 <<단순한 진심>>을 처음으로 읽었다.  입양에 대해 알려고 노력한 적도 없고,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어 남의 일로만 생각을 했는데, 해외로 입양된 당사자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과 혼란의 시대에 희생된 여자들의 일생에 눈물이 났다. 복순, 복희, 연희, 문주. 피 섞이지 않은 타인을 가족으로 먹여 살리고 보살핀 연희의 삶은 시대를 앞서간 모습이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혈육이 아니더라도 서로 책임지고 위해주는 마음으로 살면 가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고, 감정을 느껴 보았다. 지루할 틈 없이 서사가 진행되고, 감정선이 고조되며, 주인공이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몰입해서 읽었고, 많이 울었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서 <<여름을 지나가다>>와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을 읽어 보았다. 두 소설 모두 읽고 나서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 한 발만 잘못 디디면 계획에도 없던 다른 종류의 삶으로 빨려 들어가는 허약한 지점들이 우리의 인생에는 생각보다 많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그도 터득하고 있었을 것이다." - <<여름을 지나가다 >>50쪽

 

"민은 그런식으로 은희 할머니의 삶에 연루되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없는 선의는 결국 모두에게 고통이 될 뿐이었다." -<<여름을 지나가다 >> 72쪽

 

이런 느낌. 거대서사 앞에 어쩔 수 없는 무기력함에 몸이 쪼그라든다. 

부모의 빚으로 내 출발선이 저 뒤로 밀려난다면, 나 또한 어떤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겠지.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자신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사람은 어떤 사정이 있을지 타인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나의 무지를 되돌아보았다.

 

 조해진 작가는 프리모 레비 작가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고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타인의 고통에 관심이 많으며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듯 하다. 소설을 읽고 내 마음이 이렇게 무거워지는 건 그런 고통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만, 모른 척 하고 싶은 불편함 때문이리라.

 

 내 자체가 무겁고 다크하면서도, 남의 고통과 우울을 습자지처럼 흡수해버리기에, 깨발랄한 이야기나 따뜻한 이야기들을 읽좋아한다. 너무 우울한 내용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하지만 '우리의 무지가 세상을 악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마음은 무겁더라도 누군가의 고통을 함께 알아가려고 용기를 내야겠다. 밝은 이야기들로 영혼을 충전한 뒤에 다시 도전해봐야지.

 

더 읽어 볼 책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조해진 단편소설집 <<빛의 호위>>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