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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북토크

010> 은희경 <<빛의 과거 >>북토크 후기

by 쑥잼 2020. 9. 25.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되어서 온라인 강연이 많이 열리고 있다. 책의 저자를 한 공간 안에서 직접 만나는 기쁨은 없지만, 문화 소외 지역에 있는 경우나 강연 시간에 다른 일들로 공간 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김동식 작가 온라인 강연 이후 이번에는 유튜브 라이브 북토크에 참여해보았다. 사전 신청을 안 해도 되서 자유로웠고, 내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되어 부담이 없었다.

 

 은희경 작가님은 이름은 많이 들어본 작가님인데 사실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등단 작품인 <<새의 선물>>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100쇄를 곧 찍는다고 한다.(2020년 9월 말 기준)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한 내용들을 읽어보고, 인터뷰하신 영상도 봤는데 사고가 유연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60대시면 엄마 세대인데 엄마, 아빠와 얘기를 나눌 때는 이미 고착화된 사고가 옳다는 생각에 기반한 말들이 내게 오기에 내 안의 모든 말을 할 수가 없다. 싸우게 될 것이므로. 근데 은희경 작가님에게는 '나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요. 이게 내가 선택한 가치에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본인 아들에게도 그렇게 말씀하실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인 나에게까지 '그래도 애가 하나는 있어야지.'라는 말씀은 안 하실 것 같다.

 

 25년간 소설을 쓰셨고, 14권의 소설집을 출간하셨다. 경력이 긴 소설 쓰기 전문가이신데도 새로운 소설을 처음 쓸 때는 내 자신이 초라하고, 소설을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하신다고 한다. 연륜이 있으신 작가도 강제로 '글감옥'에 들어가서 마감의 압박을 받으며 글을 창작해낸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평소 본인의 나이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나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자기 속에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글쓰기를 하면서 내 안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한다고 했다. 

 

 <<빛의 과거>>를 본격적으로 집필하기 시작했을 당시 미투운동이 활발히 일어났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77년에는 대학에 페미니즘 강좌가 개설되었고, <<성의 정치학>>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소설 속 유경은 싸우지 않고, 회피하는 소극적인 캐릭터로 기성세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그 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핑계가 아니라 나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른이라서 닮고 싶다. 60대에 나도 작가님처럼 책임감 있는 태도와 유연한 사고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은희경 작가님이 소설와 글쓰기에 대해 말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문학은 실패에 대한 이야기다. 주어진 상황 자체가 맞는지, 나자신에 대한 행동이 온당한지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한 발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쓸 때 그럴듯함을 경계하자. 퇴고를 통해 자꾸 덜어내자. 글이 글을 쓰도록 해야 한다."

 

<<빛의 과거>>를 읽고 나서 작가님 말씀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